내 일기장 봐

수요일

gold-ddong 2025. 4. 16. 10:08

아침에 11년전 4월 16일도 수요일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시 레터를 읽었고, 어느 텔방에 올라온 11년전 박근혜 정권 퇴진 교사 선언을 읽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면 자꾸만 삭제가 되어 계속 올려야만 했다는 그 선언문은, 전교조 집행부의 사업으로 정권 퇴진 교사 선언을 하자는 제안이 중집에서 통과되지 않자 집행부의 몇몇 선생님들이 알음알음 참여자를 모아서 40여명이서 처음 시작했다던 그 선언은, 부결된 사업을 개별적으로 진행해서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먹었다던 그 선언은, 자발적인 참여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집행부 사업으로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주요 임원과 시국선언 실무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던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교조 시국선언은, 박근혜 정권 내내 전교조 자랑이자 도덕적 근거가 되어 법외노조 투쟁의 동력이 되었다. 시국선언을 처음 게시판에 올렸던 선생님들이 이후에도 술자리에서 두고두고 그때의 얘기를 하고는 했었다는건 덤. 오늘 텔방에 그 선언문을 올린 퇴직 교사 선생님도 자신을 확인할 근거가 필요하셨던 걸까. 그때 그 선생님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건강히 잘들 지내시면 좋겠다.

욕 먹는걸 두려워 하지 말자!! 하면서도 매번 두렵고 순간순간 회피하고 이리저리 정당화하는 나약한 마음.
같이 회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하고 해야하는 회의가 있어서 노조 사무실에 가는 길… (지부 지회 사람들 말고)





본섬 - 안희연

배가 출발하자마자 속눈썹이 얼어붙었어.

이 세상 추위가 아니구나.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비겁해 보여도 할 수 없다고 이쯤에서 생각을 끊어내려 했는데

본섬은 이미 점처럼 작아진 지 오래였고 배는 계속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어. 이 여행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너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고이고 고여 바다를 이루고 한 척의 배를 띄웠다는 거.

이 배엔 조타실이 없고 발로는 올라탄 흔적이 없다. 무엇이 배를 움직이는 걸까. 내릴 수 없다는 걸 알고 나니 꺼내줄 사람을 기다리게 되더라. 그런 존재가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평선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와 하늘의 구분이 의미 없어지는 때가 오고. ‘새는 북쪽으로 갔다’고 적었다가 ‘새가 날아간 곳이 북쪽이다’라고 고쳐쓰는 일을 그만두게 돼. 그런 말장난은 반쪽짜리 믿음일 뿐이라고.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무엇이 배를 멈출 수 있을까. 어떻게든 너를 찾아 본섬으로 되돌아가고 싶은데 이제 그곳은 눈을 감으면 큰불로 타오를 뿐이야.

안 그래도 잔잔한 바다가 간밤엔 더 고요했어. 숨소리조차 시끄러울 만큼. 어둠 속에서 뒷걸음질치다 무언가를 밟았는데. 뭘 봤고, 뭘 밟았을까. 그후론 배고픔을 모르게 되었어.

손가락을 움직이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곳이 너의 나라이구나. 사월이 끝났을 뿐인데 세상이 끝나버린 기분이 들어.

- ‘당근밭 걷기’





졸업논문 초고 발표 일정이 4. 28(월) 15:10으로 확정 공지되었다!
대략 일주일 전에는 초고를 심사위원들께 보내드려야하니 21일 월요일까지 초고가 완성되어야하는데, 에누리를 보태서 22일, 절체절명의 위기가 발생하면 23일까지는 완성이 되어야 한다.
초고 보다는 초고의 초고를 쓰자는 마음으로 남은 5-7일은 집중해야지.

대학원 동료(그동안 대학원에서 유일하게 동지적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되는 분)가 뜬금없이 “피로회복제 우루샷(2정 8박스 셋트)“를 카톡으로 보내주었당. 응원/돌봄을 받는 기분이 나쁘지 않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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